2013년 12월 20일 금요일

횡재

어젯밤 꿈에서
바위 동굴 속에 숨겨 놓은
금은 보화를 발견해
한바탕 도둑과 싸워 이겨
크게 한 몫 챙기고
문득 깨어나 걸어가는 새벽 길에
전날의 싸움이 심했는지
바닥에 뒹구는 노오란 금붙이
누가 떨어뜨렸을까 고개 들어 보니
은행나무 가지마다
사금을 잔뜩 움켜쥐고 있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숨 쉬며
눈 속에 저 보물을 가득 담을 수 있어
하루 아침에 부자가 된 것이다
내 안에 또 금빛 찬란한
당신이 있어서 횡재를 한 것이다
꽃도 지고 열매도 떨어지고
내 곁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어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금약 같은 것이다
바람에 휘날려 떨어지는
황금의 저 마음이 변할 새라
서둘러 문을 닫는다
저 나뭇잎 흔적조차 없으면
내가 당신을 몽땅 훔쳐간 줄 알아라
손 닿기에 너무 멀리 있어서
내 안에 당신의
빛나는 혼까지 다 담아간 줄 알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