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칠 데는 없지만 써야겠다고
오늘도 꽃그늘에 나왔습니다마는
한낮이 기울도록 한 자도 못쓰는데
심술처럼
얼굴가린 바람이 와 꽃가지를 흔들자
내 볼을 간질이며 간간이 진 꽃잎이
내 말 대신 편지지에 자리를 잡을 때
내 옷에 촉촉히 스민 목련향.
내가 쓸 말 대신 향내만 촉촉한
이대로 접고 봉한 이 편지를 받으실
어디먼데 누구라도 계시면 좋겠습니다.
by. 홍우계
- 바람이 촉촉한 날엔 이런 시를 쓰고 싶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