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5일 화요일

나 대신 꽃잎이 쓴 이 편지를 - 홍우계

부칠 데는 없지만 써야겠다고

오늘도 꽃그늘에 나왔습니다마는

한낮이 기울도록 한 자도 못쓰는데

심술처럼

얼굴가린 바람이 와 꽃가지를 흔들자

내 볼을 간질이며 간간이 진 꽃잎이

내 말 대신 편지지에 자리를 잡을 때

내 옷에 촉촉히 스민 목련향.

내가 쓸 말 대신 향내만 촉촉한

이대로 접고 봉한 이 편지를 받으실

어디먼데 누구라도 계시면 좋겠습니다.


by. 홍우계
- 바람이 촉촉한 날엔 이런 시를 쓰고 싶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