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5일 금요일

당신 때문에


당신 때문에 / 정연복

오늘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나에게
당신이 살짝 보내 주신
나팔꽃 같은
싱그러운 미소 때문에
오늘은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행복한 예감이 듭니다

오늘 아침 당신이 내게
정성껏 차려 주신
콩나물국과 계란찜, 그리고 호박 무침의
단아하고 정갈스러운 식탁 때문에
나 오늘 하루도 생기 넘치게 생활할 것 같은
즐거운 마음이 샘솟습니다

오늘 나 뜻하지 않게
당신이 내게 걸어 준 한 통의 전화에서
살포시 베어나는
마냥 코스모스 같은
당신의 명랑한 음성 때문에
나 잠시 밀려왔던 생활의 고단함을
너끈히 이겨낼 것 같은
신선한 위로를 받습니다

오늘 저녁
당신이 퇴근하여 집에 들어오면서
수줍은 듯한 표정으로
내 손에 살며시 쥐어 주신
하얀 장미꽃 한 송이 때문에
나 당신과 함께하는 인생살이의 기쁨에
당신 몰래 눈물짓습니다

그리고 오늘 밤 혹은 어느 날 밤에라도
나 꿈길에서 당신을 만나
더러는 아련한 저 풋풋했던 연애 시절에
우리가 정답게 손잡고 걸었던
그 거리를 다시 걸으며
나 ˝당신을 사랑해˝라고
나지막이 속삭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