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맑은 햇살 속 강변의 미루나무로 서고 싶다.
미풍 한 자락에도 연초록 이파리들
반짝반짝 한량없는 물살로 파닥이며
보석 알갱이 마구 뿌려대며
저렇듯 구비구비 세월의 피를 흐르는
강물에 긴 그림자 드리우고 싶다.
그러다가 그대 이윽고 강뚝에 우뚝서서
윤기 흐르는 머리칼 치렁치렁 날리며
저 강물 끝으로 고개드는 그대의 두눈 가득 살아
글썽이는 그 무슨 슬픔
그 무슨 아름다움을 위해서라면
그대의 묵묵한 배경이 되어도 좋다.
그대의 뒤로 돌아가 가만히 서서
나 또한 강 끝 저 멀리로 눈뜨는
멀쑥한 뼈의 미루나무가 되고 싶다.
고재종님의 ˝눈물을 위하여˝
------- ....묵묵한 배경이 되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