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일 토요일
강진규의 ´가을 하늘 아래 서면´ 외
<가을 하늘에 관한 시 모음> 강진규의 ´가을 하늘 아래 서면´ 외
+ 가을 하늘 아래 서면
가을 하늘 아래 서면
화살처럼 꽂히는 햇살에 맞아
늘
아프고 부끄럽더라
얼마쯤 잊어버린 죄책감을 꺼내어
맑은 물에 새로이 헹궈
깃대 끝 제일 높이 매달고 싶더라
크신 분의 목소리가 내 귀에 대고
괜찮다
괜찮다고 속삭일 때까지
밤새워 참회록을 쓰고 싶더라
(강진규·시인, 서울 출생)
+ 가을 하늘
토옥
튀겨 보고 싶은,
주욱
그어 보고 싶은,
와아
외쳐 보고 싶은,
푸웅덩
뛰어들고 싶은,
그러나
머언, 먼 가을 하늘.
(윤이현·아동문학가)
+ 가을 하늘
연못에 가을 하늘이
파랗게 빠져 있다.
두 손으로 건져내려고
살며시 떠올리면
미꾸라지 빠지듯
조르르 손가락 새로
쏟아지는 가을 하늘
(최만조·아동문학가)
+ 가을 하늘
높기도 하려니와
푸름은 쪽빛 같고
넓기도 하거니와
맑기는 명경明鏡일세
가을 하늘
우러러보며
지순至純함을 배우네
(오정방·시인, 1941-)
* 명경: 맑은 거울.
+ 가을 하늘
울타리 밑에서 호박은 핑크빛으로 늙어갔다
마른 넝쿨손이 울타리목을 잡은 게 필사적이었다
은행잎이 노라니 익어가는 언덕길 끝은
푸르디 높은 하늘
어디서, 쩡쩌엉쩡, 대낮의 장끼가 울어댔다
하루가 소리 없이 빨리도 지나가지만
다가오는 먼 그림 속 빛깔들이
바람 속에서 다투어가고 있었다
(구재기·시인, 1950-)
+ 가을 하늘
누구의 시린 눈물이 넘쳐
저리도 시퍼렇게 물들였을까
끝없이 펼쳐진 바다엔
작은 섬 하나 떠 있지 않고
제 몸 부서뜨리며 울어대는 파도도 없다
바람도 잔물결 하나 만들어 내지 못하고
플라타너스 나무 가지 끝에 머물며
제 몸만 흔들고 있다
(목필균·시인)
+ 시월하늘
철새 돌아오는 때를 알아 누가 하늘 대문을 열어 놓았나.
태풍에 허리를 다친 풀잎들은 시든 채 오솔길을 걷고
황홀했던 구름의 흰 궁전도 하나둘 스러져 간 강변
시월하늘 눈이 시리도록 너무 높고 맑고 푸르러
어디에 하늘 한 만 평쯤 장만할 수 있을지
주민등록증하고 인감도장을 챙겨 들고 나가 봐야겠다
(김석규·시인, 1941-)
+ 가을 하늘
나도 모르는 사이 탱자 한 알이 주머니로 들어왔다
며칠간이나 꿈자리에서 뒤척였을까
내 몸 어딘가에도 자궁이 있는지 꿈틀꿈틀 하늘이 부화하고 있다
하늘의 눈은 막막한 울음인 듯 멀고도 깊다
그만, 자진自盡하고 싶다
오, 하느님!
(김영준·시인, 1938-)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임보의 ´아내의 잠´ 외"> 윤동주의 ´어느 날 오후 풍경´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