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5일 화요일

춘설(春雪) -정지용-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송그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 순 돋고
옴짓 아니기던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