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2일 화요일

어메와 산고양이

어메는
갈 봄 여름없이
너와집 터밭을 메고 있었지
››은 뿌리와 돌을 골라내었지
동해 물결소리 듣고 자라난
옥수수 검푸른 잎새 너머
낮과 밤 구별 없이
고양이 울음소리 들려왔지
어느날 어메는
정지문 밖 우물가에
생선뼈를 매단 덫을 놓았지
아니나 다를까
윤기 반드르르한 비로드 털빛
검정 산고양이 한 마리 잡혔지
어메는
새벽달 보고 일어나
첫 미끼를 닮은 먹이를
매일 매일 연구하였지
기초학습, 보충학습, 심화학습,
야수끼어린 굶주린 그의 눈빛이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나날이 따뜻해져갔지
최초의 기이한 마력
쏟던 성스러운 빛,
서서히 감해지면서
어메는
차츰 차츰
사육에 흥미를 잃어갔지
시골집 늘 같은 먹이에
싫증난 산고양이,
양지바른 무덤가
물 흐르는 기슭을 따라
흰 구름 좇아 달리던 시절이 그리워
어메가
사랑방 끓는 아랫목에
깊은 단잠 ,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꿈속을 헤메이고 있는 동안
골바람에 아우성치는 대밭,
눈 덮힌 어린 댓잎 밟으며
거의 발자국소리도 내지않고
말없이 사라져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