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1일 일요일

밥상

식탁위에 할머니의 소품이 차려진다.
윤이나게 잘 닦인 은수저 한 쌍이 가리키는
정갈한 맛과 향기

˝얘야 밥 먹어라˝

장단이 느껴지던 할머니 목소리까지
반찬으로 차려지던 밥상

할머니, 오늘은 주인으로 앉아
고봉밥 한 그릇 비우신다.
살찐 고등어 한 마리 마저 잡수신 후
저고리 섶 걷어 올려 입가 훔치시다 말고

˝이년아 배고파! 밥 줘!˝

허기진 ´밥´의 오류
할머니의 지워진 기억의 소자에는
이밥 한 그릇
썩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가물거리는 할머니의 미각 속
아직도 남아 있는 이밥 한 술 뜨기 위해
할머니 입가에 줄을 서는 허기진 가문의 숫가락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