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4일 일요일

윌리엄 워즈워드의 ´무지개´ 외


<어린이날 특집 시모음> 윌리엄 워즈워드의 ´무지개´ 외

+ 무지개

하늘에 무지개 바라보면
내 마음 뛰노라,
나 어려서 그러하였고
어른 된 지금도 그러하거늘
나 늙어서도 그러할지어다.
아니면 이제라도 나의 목숨 거둬 가소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원하노니 내 생애의 하루하루가
소박한 경건의 마음으로 이어가기를.
(월리엄 워즈워드·영국 낭만주의 시인, 1770-1850)
+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다시 봄이 오고
이렇게 숲이 눈부신 것은
파릇파릇 새잎이 눈뜨기 때문이지
저렇게 언덕이 듬직한 것은
쑥쑥 새싹들이 키 크기 때문이지

다시 봄이 오고
이렇게 도랑물이 생기를 찾는 것은
갓 깨어난 올챙이 송사리들이
졸래졸래 물 속에 놀고 있기 때문이지
저렇게 농삿집 뜨락이 따뜻한 것은
갓 태어난 송아지, 강아지들이
올망졸망 봄볕에 몸부비고 있기 때문이지

다시 봄이 오고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새잎 같은 너희들이 있기 때문이지
새싹 같은 너희들이 있기 때문이지

다시 오월이 찾아오고
이렇게 세상이 사랑스러운 것은
올챙이 같은, 송사리 같은 너희들이 있기 때문이지
송아지 같은, 강아지 같은 너희들이 있기 때문이지.
(오인태·시인, 1962-)
+ 오늘은 어린이날

어린이들만큼
푸른 하늘과
고운 웃음이 어디에 있으랴

변해 가는 것들 속에서
변하지 않는
아이들의 해맑은 순수
온 누리 가득한
일체의 평화로움이 어디에 있으랴

아이들은 어른의 스승이요
나와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인생
문득 뒤얽힌 날들 속에
그 옛날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 바라보면
다시 환한 또 하나의 행복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어린 날들만큼
꿈 많은 봄 같은 계절이 어디에 있으랴
그 사랑스런 눈빛
아름다움이 또한 어디에 있으랴
(나명욱·시인, 1958-)
+ 복사꽃과 제비 - 어린이날을 위하여

불행한 나라의 하늘과 들에 핀 작은 별들에게
복사꽃과 제비와 어린이날이 찾아왔구나.

어린 것 껴안고 뜨거운 눈물로 뺨을 부비노니
너희들 키워줄 새 나라 언제 세워지느냐.

낮이면 꽃 그늘에 벌떼와 함께 돌아다니고
밤이면 박수치는 파도 우로 은빛 마차 휘몰아가고

거칠은 바람 속에 다만 고이 자라라
온 겨레의 등에 진실한 땀이 흐르는 날
너 가는 길에 새로운 장미 피어나리니
황량한 산과 들 너머
장미여 삼천리에 춤을 늘여라.

불행한 나라의 하늘과 들에 핀 작은 별들에게
복사꽃과 제비와 어린이날이 돌아왔구나.
(김광균·시인, 1914-1993)
+ 내 작은 기도는

내 작은 기도 하나는
아이들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침묵보다 더 나은 말을 할 수 있을 때
말하는 것

내 작은 기도 하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즐겁게 노는
아이들만의 꽃밭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 것

지금의 내가 소중하듯
아이들의 지금의 시간도
소중한 것임을 잊지 않는 것
(황근남·시인, 제주도 거주)
+ 아무 것도 모르면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발부비며 우는 철부지
어린아이이고 싶다.

사람의 냄새와
사람의 껍질을 벗고서도
또 사람이고 싶다.

작은 바람에도 살아 쓸리는 여린 풀잎,
미세한 슬픔에도 상처받아 우는 작은 별빛,
드디어 나는 나만 아는
차고 맑고 그윽한 향기를 머금고 싶다.
(나태주·시인, 1945-)
+ 난 어린이가 좋아

난 어린이가 좋아.

이 세상 모두들
그를 닮았으면 좋겠어
나이 많고 빈 병 같은
어른들은 싫어.

어린 나이에
모르는 걸 배우면서
무럭무럭 자라는 어린이가 좋아.

난 어린이가 좋아.

이 세상 모두들
그를 닮았으면 좋겠어.
나라를 위한다면서
내 주장만 내세우고
내 욕심만 차리는
거짓말투성이 어른들은 싫어.

동무끼리 다정하게 공부하면서
배고픈 동무들을 걱정해 주고
밥 한끼 나눠 먹는 어린이가 좋아.

난 어린이가 좋아.

이 세상 모두들
그를 닮았으면 좋겠어.
걸핏하면 웅성웅성
데모하는 어른들은 싫어.
오순도순 사귀면서
지혜로 자라는 어린이가 좋아.

이 세상 모두들
그를 닮았으면 좋겠어.
두 동강 난 우리 나라
통일 못 이루고
형제끼리 맞서는 어른들은 싫어.

금강산 마을
제주도 섬마을

서로서로 손잡고 노래부르는
어린이가 난 좋아.
(이정훈·아동문학가)
+ 다르게 크는 어린이

코가 큰 어린이는
코가 커서 귀엽고

눈이 작은 어린이는
눈이 작아서 귀엽다.

이 빠진 어린이는
이가 빠져서 예쁘고

왼쪽 오른쪽 신을
바꿔 신는 어린이는
신기해서 예쁘다.

서로
다르게
커나가는 어린이

누가 누가 잘하나?
기죽이지 말고
모두 모두 잘 하자.

용기를 주어
밝게 곧게
무럭무럭
자라게 하자.
(송근영·아동문학가)
+ 5월의 편지

해 아래 눈부신 5월의 나무들처럼
오늘도 키가 크고 마음이 크는 푸른 아이들아
이름을 부르는 순간부터
우리 마음밭에 희망의 씨를 뿌리며
환히 웃어 주는 내일의 푸른 시인들아
너희가 기쁠 때엔 우리도 기쁘고
너희가 슬플 때엔 우리도 슬프단다
너희가 꿈을 꿀 땐 우리도 꿈을 꾸고
너희가 방황할 땐 우리도 길을 잃는단다
가끔은 세상이 원망스럽고 어른들이 미울 때라도
너희는 결코 어둠 속으로 자신을 내던지지 말고
밝고, 지혜롭고, 꿋꿋하게 일어서 다오

어리지만 든든한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 다오
한 번뿐인 삶, 한 번뿐인 젊음을 열심히 뛰자
아직 조금 시간이 있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하늘빛 창을 달자
너희를 사랑하는 우리 마음에도
더 깊게, 더 푸르게 5월의 풀물이 드는 거
너희는 알고 있니?
정말 사랑해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어린이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보배
하나님께서 사람을 사랑하셔서
세상으로 보내어 행복의 웃음꽃
피우게 하는 신비로운 보배

이 세상의 희망
우리나라의 희망
우리 교회의 희망
우리 마을의 희망
우리 집의 희망

알아줘야 하고
믿어줘야 하고
기대를 걸어줘야 하고
기다려줘야 하고
돌봐주고
사랑해줘야지

아, 예뻐라
(임종호·시인, 1935-)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김삼열의 ´어머니´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