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의 바다
글:우리강산
음양의 나신들이 하나의 작은 몸뚱아리들을 세상에
내어 놓는다 모태의 이탈된 몸뚱아리들은 큰 울음 터트리고
억겹의 우주 속 검은 바다를 헤매 떠돌던 영혼들이
별빛처럼 쏟아져 작은 몸뚱아리들을 눈뜨게한다
인간 사슬들이 엮어낸 역사의 능선을 타고 산줄기 줄기마다
육신의 껍질을 쓴 영혼들이 깔깔대며 어린 물줄기 되어
내려온다
산줄기마다 내려진 물줄기들은 작은 내를 이루고
자신이 태어나고 주어진 테두리 속 둑길따라 뒹굴며
작은 돌 큰 돌 사이사이 속삭이며 때론 급한 물살에
넘어지기도 하지만 구르듯 흐른다
정겨운 고향 둑길이 점점 멀어져가고
따스한 봄햇살 어미의 손길도 멀어져가고
같이 뒹굴며 흐르던 물줄기조차 흩어지는 갈림길에서
낯선 사람 낯선 물줄기들은 서로 부딪히고 뒤섞인
물줄기들은 큰 강물의 힘에 눌렀는지 뒤엉켜 잔잔히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큰 강물엔 알지 못했던 거스릴 수 없는 큰 힘들이 있다는 것. 작은 내 속에서는 손쉽게 잡을 수 있었던 것들이
손쉽게 움직일 수 있었던 같은 힘들이 없다는 것에
어찌할 수 없다는 듯 스스로 큰 강물 힘센 물줄기에
이끌려 흘려간다
저,저 강물이 급하게 흐른다 어허,저 강물이 미친 듯
소용돌이 친다 큰 둑들을 무너뜨리고 피 흙탕물이 되어
또 다른 강물과 합쳐서 흐르고 흘려 하나의 바다가 된다
하나의 바다에는 몸부림 쳐도 거슬려 오르지 못하듯
뒤돌아 갈 수 없는 영혼들이 푸르게 넘실될 뿐이다
이 바다에 닿지 못한 채 썩은 물처럼 문드러진 몸뚱아리
영혼들이 수증기처럼 날아 가버린 푸른 바다로
일몰이 맞닿는 그 날.검은 하늘 바다로
수증기처럼 날아가리라 날아가리라
억겹의 검은 바다 그 곳에서 또 비가 되어 내리고
또 별빛되어 쏟아지고
억겹의 영혼들이 오늘도 육신의 껍질을 쓰고 내리는
까만 윤회의 바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