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4일 수요일

손광세의 ´서쪽 하늘´ 외


<하늘에 관한 동시 모음> 손광세의 ´서쪽 하늘´ 외

+ 서쪽 하늘

빨간 사과 껍질이
널려있다.

드문드문
귤껍질도 섞여있다.
(손광세·아동문학가, 1945-)
+ 하늘

냇물에 내려와
어린 고기들을
잘도 데리고 논다.

때론 하늘도
어린 마음이 되나 보다.

어린 마음이 되어야
하늘이 되나 보다.
(박두순·아동문학가)
+ 탑·2

하늘 이고 섰으면
누구나 탑입니다

둘이서 마주보면
다보탑이랑 석가탑

먼 구름
불러내리면
나도 그냥 탑입니다.
(신현배·아동문학가, 1960-)
+ 그래도 하늘은 있다

산 그리는 사람은 있어도
하늘 그리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하늘은
산 위에 그려져 있다.

바다 찍는 사람은 있어도
하늘 찍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하늘은
바다 위에 찍혀 있다.
(이상문·아동문학가)
+ 하늘 위의 창문

방패연을 높이높이
띄웠다

하늘 위에 커다란
창문이 하나
생겼다

저 창문을 열면
하늘 위에 누가
살고 있는지
다 내다볼 수 있겠다
하느님의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훤히 다 보이겠다

방패연은 좋겠다
저러다
운이 좋으면
하느님도 만날 수 있겠다
(안도현·시인, 1961-)
+ 가을 하늘

토옥
튀겨 보고 싶은,

주욱
그어 보고 싶은,

와아
외쳐 보고 싶은,

푸웅덩
뛰어들고 싶은,

그러나
머언, 먼 가을 하늘.
(윤이현·아동문학가)
+ 가을 하늘

순아
눈 한번
꼬옥 감아보지 않으련?
그리고 손바닥을 쫘악 펴봐.
이거 몽땅 줄게.

됐어.
그럼 눈 뚝 떠 봐
그리고 저 하늘을 올려다 봐

어떠니?
차암 파아랗지?

몽땅
모옹땅 네 거야.

모옹땅
너 주고 싶단 말야.
(윤이현·아동문학가)
+ 엄마의 하늘

엄마는
맑은 시냇물에서
빨래를 하시며
하늘을 만나십니다.

엄마의 하늘에는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바람도 흐르다 멈추는 곳
거울보다 더 맑은 물 속에
엄마의 따슨 마음이
햇솜처럼 펴오르고

등 뒤에서 잠이 든
아가의 꿈도
엄마의 하늘에는
담겨 있습니다.

맑은 물에 빨래를 짜듯
엄마는 날마다
나의 마음까지도 헹구시며
엄마의 하늘에다
비추어 보십니다.

어둠이 없는
그 하늘 속에
내가 우뚝 서 있습니다.
(함종억·아동문학가, 강원도 홍천 출생)
+ 조그만 하늘

들국화 필 무렵에 가득 담갔던 김치를
아카시아 필 무렵에 다 먹어 버렸다.

움 속에 묻었던 이 빈 독을
엄마와 누나가 맞들어
소나기 잘 내리는 마당 한복판에 들어내 놓았다.

아무나 알아맞춰 보아라.
이 빈 독에
언제 누가 무엇을
가득 채워 주었겠나.

그렇단다.
이른 저녁마다 내리는 소나기가
하늘을 가득 채워 주었단다.

동그랗고 조그만 이 하늘에도
제법 고오운 구름이 잘도 떠돈단다.
(강소천·아동문학가, 1915-1963)
+ 하늘

아버지는
일거리가 없을 때
하늘을 쳐다봅니다.
어머니도
궂은일이 생기면
하늘을 쳐다봅니다.
저도 숙제가 너무 많아
가슴이 답답할 때면
하늘을 쳐다봅니다.
셋방살이 방 하나
우리 집 식구들은
하늘을 보고 삽니다.
(박인술·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이준관의 ´은행나무 아래´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