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의, 얼음의
그 험하고 모진 시절을
손으로 발로 헤치다
부러진 마음 절뚝 거리며
겨우 다달은 삶이라
땀으로 눈물로 뒤범벅된 마음이
독하게도 푸르다
무엇 하나 평생 피지 못할
단단한 바위의 가슴을 파서
씨를 심고
물을 준 지가 언제였는지
내속에 오래 버려둔 묵정밭에
순하고 착한 것들이
고개를 번쩍 내민다
눈빛 몇 번 주었을 뿐인데
정이 들어버렸다
아직 어린 것이라
등 두드리며 머리 쓰다듬으며
포근하게 안아주는
봄이 있어서
오는 세월에 마냥 넋을 놓고 있다
불현듯 먼곳에서 들려오는
당신의 고운 목소리에
새록새록 정情이 솟아난다
낮의 햇살로 뜨겁게 우려낸
녹차 향기 같은
당신, 봄에게 어깨를 기대니
누가 나보고 연꽃 구경 가자고
당신속으로 걸어들어가니
절속 세상이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