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5일 수요일

오월, 비 내린 뒤 -김정란-

오월. 며칠 비 내림. 햇살. 나무 꼭대기.
나는 가능한 한 높이 발꿈치 들고
오늘 아침. 아니 저녁이었던가. 어느 어스름.
또는 사이에 . 문득. 졸음. 물러서는. 끝에서.

보다. 나뭇잎들. 거의 적의와 같은.
생경함. 챙챙. 칼끝 부딪치듯.
맑고. 눈부신. 꼭대기. 햇살.
비에 씻긴. 잔인하게. 맑은.

(존재는 꼭대기에만 있다)

내가 햇살의 끝을. 휙. 나꾸어챈다.

세계의 핏줄들. 모두 팽팽히.
당겨진다. 연초록. 아슬아슬한.
순수. 정점을 향하여. 버스럭대며.
솟아오르는. 존재들 . 단지 上向의.

사물들. 기어이. 제 바깥으로.
튀어나가면. 비로소. 제가되는.
거기 던져져 있음과 무관한.

문득. 투명한. 섬광들. 한껏 당겨진.
존재들의 육체위로. 튀어오르다.
길게. 늘어진 세계.

불안. 영혼의 뿌리까지 흔들리는.
그러나 항거할 수 없는 . 아름다움.
너무나 기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