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저 손을 부끄러워 하신다
한사코 감추려고 하시더니
이제는 아예
옷속에 넣으시고
밖으로 꺼내놓으시지 않네
아버지, 멀쩡했던
저 손에 무슨 일이 생기셨나
왜 그러신지
손 좀 보여주세요
뿌리치다 못해 보여준 건
꽃 간신히 피워내고
가시연이 되어버린 저 손
아버지 몸속에
가시가 저렇게 많이 돋아난 것을
몰랐네
지난 번에
삽 대신 곡괭이 대신
총을 들고 칼을 들었던 일 하며
씨앗을 심는 것 대신
피눈물 흘리게 하며
목숨을 앗아갔던 일
아니다 네가 어찌 알겠느냐
아버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굽이굽이 흘러가는
저 질곡(桎梏)의 강물을
무덤까지 가지고 갈 저것들을
어쩌지 못하고 있으려니
나도 저 몸에서 떨어져 나온
날카로운 가시 아니었을까
내속에서도
가시가 돋아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