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6일 목요일

별책부록

이월의 마지막 새벽
유리창에 살얼음 끼었다
대문 밖 버려둔 화분마다
마른꽃으로 가득하고
희끗 희끗 아침 눈발이
그 위에 내려와 걸터 앉았다
어제부터 한낮의 벌건 햇살로
얼음 다 녹았으니
발목까지 진흙밭이다
겨울도 아닌 것이 봄도 아닌 것이
담벼락에 기대 선 세상이
별책부록 같다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아
맨뒤에 수록한 짧은 사랑 같은
결코 잊을 수가 없는
이별의 삽화 같은 것들
밤새 마당 한 구석을 지키고 선
목련에게 푸르리라고 약속하여
선사한 눈 같은 것
손때가 묻어있어
가슴 속 갈피에 몰래 끼워둔 저것이
해답을 적어놓은 것일 줄이야
달과 달
사이의 행간을 읽어야
그 신호를 알수 있다는 것이다
날과 날
사이의 여백을 읽어야
그 암호를 풀 수 있다는 것이다
별책부록 같은 오늘
월月의 생生이 한꺼번에 폭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