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4일 금요일

축제(祝祭)

어느 하루 그리고 또 하루
늦은 시간까지 세상과 몸을 섞는 밤
불현듯 먼 기억에서 불러낸
가을비가 내려
허공에서 손짓하며 몸에서 떨어져 나간
부서진 삶의 조각들과
잠시 빛나는 얼굴 보여주고
자취 없이 사라져 버린
아픈 이별의 흔적과
오래도록 밟고 서 있어 괴롭혔던
지상의 어느 한 곳에
머리를 눕힌 들짐승 닮은
장승 같은 나와
그 모든 이제는 강을 건너가야 할
죽어 잠자는 것들을 흔들어 깨워
신들린 무당처럼 춤을 추면서
울긋불긋 어두운 밤의 색동치마 펄럭이며
그대가 내게로 달려 오는 것
그것을 아마도 축제라고 한다면
이른 새벽까지 축축하게 목숨 다시 살릴
우물 깊은 물을 길어 올려
그 모든 죽음의 살갗에 뿌리며
길을 걸어가는 하루가
문득 선물 같은 날의 축제라고 한다면
나는 하늘에 절절하게
내속의 모든 피를 한꺼번에 토하겠다
오랜 관습의 제의(祭儀)처럼
어여쁜 불꽃이 저녁별처럼 터지고
머리 위에는 붉은 가을비가 내리고
붉은 꽃처럼 붉은 마음으로 가는 길에
죽은 것들 비로소 잠깨어
무덤에서 일어나 걸어나오니
나무들 꽃들 분명하게 정체를 드러내고
어느 매일 같은 하루처럼
뼛속까지 불붙어 타오르는 나의 사랑
일편단심 한쪽으로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