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9일 일요일

환멸(幻滅)에 대해서

서러운 저 상여길
차마 좇아갈 수 없어서
늦가을 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물에 축축하게 젖은
황금빛 잎사귀의 생애 말이다
저것이 환幻이 아니고
저것이 멸滅이 아니라면
저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걸어가는 길이라고
무어 다를 것이 있겠느냐
이팔 청춘靑春과 이립而立은
눈 깜짝 하는 사이에 지나가버렸고
불혹不惑은 훌쩍 고개 넘어갔으니
지명知命으로 건너가는
강물 위에
무척이나 흔들리는
구름다리를 밟았으니 그것이
환멸幻滅이 아니고 무엇이랴
살 푸르렀던 때도
손에 열매 가득 들었던 시절도
화려한 빛깔의 야외복 입었던
한 철도
환幻같이 사라지고
멸滅같이 사라져버렸으니
내 속에
굵은 빗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어디 멀리 달아날 곳을
부지런히 찾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