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6일 목요일

수인(手印)

한 남자의
삽이나 곡괭이 쥐고 있는
투박한 하나의 손이
한 여자의
그릇이나 항아리를 만지고 있는
어여쁜 하나의 손이 만나야
창 많은
집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울창한 나무의 밑둥을 자르면서
우람한 바위의 중심을 가르면서
위태롭게 절벽에 기대어 선
산사에 올라 가보라
비로자나불의 두 손만으로
두루 빛을 밝히는
수인手印이 있다
왼쪽 손의
집게 손가락을 펴서
바른 손의 주먹 속에 집어넣고
바른 손의 엄지 손가락과
왼 손의 집게 손가락을
마주 대는 것이다
진흙에서 연꽃 피는 모습이란다
저 밑의 세상인 물과
저 위의 세상인 불이
둘이 아니라는 것
벌거벗어 적나라한 욕망으로
이렇게 추한 나와
몇 겹의 무장한 무심으로
저렇게 예쁜 너와
한 순간에 일체가 될 수 있다는 것
삼라만상을 구부리거나 가리키거나
만물을 쥐거나 펼치거나
필연코 손 안에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