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8일 금요일

오래된 변기 속
마개로 덮여 있던 숨은 상처가 헐었다
틈이 생겼다
똑,똑,똑 물소리 내는 저 틈은 지금 몹시 저리다
목을 죄는 듯 억누르는 힘에 못 이겨
세상에서 가장 따가운 길을 내주고 있다

아픈 협곡을 지나야 하는 물의 전위대,
숨을 고르며 똑,똑,똑
저 물소리는 온몸이 상처 뿐인 울음이다
새어나가는 것들이
또 하나의 불온한 길을 만든다
길은 상처를 헤집고
식물처럼 자라고 있다

물소리 듣는 동안
어디선가 한 생이 가만히 새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서툴고 막막한 길을 향해
가고 있었다

새어나가는 길이 있다는 것은
이 세상도 숨을 쉬고 싶어하는 거다
저 틈은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