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7일 목요일

적막한 가을날 오후

싸늘히 식어가는 몸뚱이
남몰래 덥혀줄듯이
숲 속 어디선가 날아온 불똥 하나
낙엽 태우던 냄새
함께 실어와 어깨 위에 내리는 데
지난 세월의 무게까지 몰고와
어두운 사념의 골짜기로
정신없이 줄달음질치게 하는 데

문득 강가에서 들려오는 흙피리소리
머나 먼 곳에서 달려온 그리움에
다시 눈을 살며시 뜨게 하고
사막의 부드럽게 물결치며
끝없이 모습을 바꾸던 사구를 실어와
너만 생각하면 날아갈 것 같아
너만 생각하면 죽을 것 같아
외치며 끝없이 달아나던 그림자인양

네가 없이는 견뎌내지 못할
요구르트처럼 부풀어오른 구름덩어리,
눈거풀 내려꺼진 적막한 오후이었기에
어둡고도 그윽한 네 생각에 깊숙히 빠져든다
도저히 헤어나지 못할 듯이
혼자 소용돌이치는 생각없는 생각 속을
이리 저리 양떼처럼 몰려다니다가
눈물나는 하품 속에 자지러들다가

문득 번뜩이는 한 찰라, 한 생각에
자리에서 전설의 소처럼 벌떡 일어나
아직도 허공에서 맴돌고 싶어하는 옛추억
저 혼자 내면을 연주하게 내버려두고
바깥 뜨락으로 급히 달려나가
오는 가을 다시 마주친 옛 이름
껍질 깊숙히 새겨둔 은행나무를
뒤로 다가가 허리채 끌어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