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폭풍 불어와
열매 맺지도 못하고
요절한 나무가
여태 비석을 붙잡고 있다
오월이라
누구에게 드리는 글이라고
碑文을 몸에 새겨넣었다
저 장문의 편지 읽으러
광주 간다
무거운 총 그만 쏘고
날카로운 칼 그만 휘두르고
붉은 피 그만 흘려야 된다고
한 쪽 귀퉁이가 녹슬었다
글 다 읽고 나니
무슨 경전 같은 깨달음인지
죽은 나무에서
열꽃이 무진장 피기 시작한다
필시 위에 계신 누구 마음의
끝에 다다랐나 보다
무덤의 살갗이 흔들리는 것이
아직 못 이룬 것 많아서
아직 항쟁할 것 남아서
소리 죽여 우는 것 아닌가
먼저 가서
나를 깨우치는 것들이 있어
그것이 스승 아닌가
비바람으로도 지울 수 없게
뼈 깎아서 세운 문신
前上書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