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8일 금요일

곡(哭) 혹은 곡(曲)

굳게 닫은 문 밀치고
한참 걸어 들어간
상가喪家 뒷뜰 대나무숲으로
물 흘러가는 소리
바람 불어오는 소리와 함께
무릎 꿇고 절을 하는데
아이고, 아이고, 곡 소리 들린다
손님 없는 잠깐 동안에
별천지에 다녀 왔는지
넋 놓고 있는
곡 소리가 시원치않다
하나도 슬프지 않는 얼굴로
한 소리 들으려니
진흙 묻은 표정으로 바삐 달려온
내가 무안하다
잠시 스치며 왔다 간다는
소리가 저러할까
하늘 아래 어떤 소리가 있어
가슴을 쥐고 흔들 수 있을까
딱딱하게 굳어버린
사진 속 저 영정의 혀와 입술에서
생전에 나왔을 소리를
푸르른 녹음으로 되돌려주는데
순간 모든 곡(曲)이 그치니
무덤으로 고요하다
안 보이는 곳으로 달아나
소리 죽여 훌적이는 것이
무슨 악기 타는 소리 같기도 하다
오늘 날이 너무 흐리다
내 속에서 뼈가 울리는 소리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