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7일 월요일

멈춰선 시간의 강가에서

불타는 저녁 노을 앞
둘이 함께 앉아 있는 강 기슭에
시간은 저리 물러갔다

종일 선혈의 물줄기
흐르는 이 곳, 넘치는 내 피가
강을 타고 흘러 네 심방에 가닿았나

피가 철철 흘러넘치는 강물을 타고
고뇌의 주름이 잔뜩 진 정신을
맛사지해주는 마디진 시어들

오색천 휘날리는 당나무
아니 굵은 산허리를
숯검정 단 노란 띠줄로 묶고

장엄한 저 불꽃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 까지, 내 감은
눈 속의 꽃을 버리지 않으리라

접시에 담겨 놀라 환한 불꽃
양 손으로 감싸 안고
저 산 마루까지 들고 가야지

한 고개 넘을 때 마다
네가 뽑아내는 창의 가락 마다
갈고 닦은 세검의 빛이로구나

험한 바윗길 타오르며
오랜 생각의 잔가지 쳐내며
오롯한 땅 줄기 찾아낸 탓이로다

죽음의 저 백색 가루 흩날리는
멈춰선 시간의 강가에
종일 무지개 빛 휘날리는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