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9일 화요일

도솔천에서

밟고 오를 층계도 없는
걸쳐 놓고 건널 다리도 없는
어지럽고 뒤숭숭한 시절이라
이 때쯤 해서 내려올 법한
미륵 만나러
도솔천 내원궁으로 간다
한 말씀 듣고 가피 받고자
불 건너 물 건너
심장처럼 뛰는 수미산을 찾아간다
언젠가 살과 뼈를 가질 것이라고
큼지막한 석상으로 막아 섰다
눈비에 옷 젖을까
머리에 관을 얹었다
몸의 모든 문 닫아 걸고
묵언의 자물쇠 굳게 채워
동안거에 여태 갇혀 있다
창도 없으니
봄 햇살 따가운지 모르는 것일까
아니다
하늘 아래 다 굽어본다고 하니
아직 바람 세차고
모래 날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겠다
불타의 얼굴 한 번 뵈려고
오체투지로 와서 삼천배 하는 꽃들
어느새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그래도 혹 짬을 내어
위 아래 몸쓸 것들 내칠
진언嗔言 한 마디 내려달라고 하니
도솔천 가르고 나온
미륵의 눈빛에
세상의 그늘이 불시에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