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9일 화요일

양애경의 ´사랑´ 외


<사랑고백 시모음> 양애경의 ´사랑´ 외

+ 사랑

내 피를 다 마셔요
내 살을 다 먹어요

그럼 나는 껍데기만 남겠죠
손톱으로 눌러 터뜨린
이처럼

당신한테라면 그래도 좋을 것 같은 건
왜일까
(양애경·시인, 1956-)
+ 너는 와서

내 가진 조그만 향기 네가 원한다면
그 향기 모두 떼어 너를 주겠다
내 가진 조그만 아름다움 네가 원한다면
그 아름다움 모두 베어 너를 주겠다
그러나 나는 가진 것 아무 것도 없어
너에게 줄 것은 마음의 불꽃 한 송이 뿐이다
네 곁에 서면 절로 향기가 되고 아름다움이 되는
너는 내 곁으로 와서
내 향기가 되어다오
그때 나는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
안 보이는 너는 속마음의 장미가 되겠다
(이기철·시인, 1943-)
+ 마디, 푸른 한 마디

피릴 만들기 위해 대나무 전부가 필요한 건 아니다
노래가 되기 위해 대나무 마디마디 다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가장 아름다운 소린 마디 푸른 한 마디면 족하다
내가 당신에게 드리는 사랑의 고백도 마찬가지다
당신을 눈부처로 모신 내 두 눈 보면 알 것이다
고백하기에 두 눈도 바다처럼 넘치는 문장이다
눈물샘에 비치는 한 방울 눈물만 봐도 다 알 것이다
(정일근·시인, 1958-)
+ 사랑

꽃은 물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새는 나뭇가지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달은 지구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나는 너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합니다
(정호승·시인, 1950-)
+ 아! 당신은

내 가슴에
눈 내리며 천둥이 칩니다.

세상 태어나
당신같이 어여쁜 천사
이제 처음 보았습니다.

어둡던 하늘 젖히고
온 대지에 퍼지는 햇살처럼
내 가슴이 밝아집니다.

꽂혀버린 시선
멈춰버린 심장
휘감아 타오르는 환희

아! 당신은
나의 오르가슴입니다.

여태껏 받은 모든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하늘이 주신 은총입니다.
(이화 정경진·시인)
+ 땅 한 평만 빌려다오

너 살고 있는 하늘 아래
나 살고자 한다
나에게 빈땅 말고
옆구리땅 한 평만 빌려다오

어느 날
네 가슴에 비 내리면
그 비를 다 맞고 있을 테니
햇빛 좋은 날
나를 벗겨 말려다오
네 하늘의 운명대로
나는 비를 맞고 눈을 맞고
전신이 젖어와도
가슴에 타는 불 꺼트리지 않은 테니

너의 숨소리
가장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늑막으로 살게 해 다오
(강재현·시인, 강원도 화천 출생)
+ 그대 안의 천국

나의 천국은
크고 화려하지 않습니다

나의 천국은
작고 소박합니다.

내가 살아서나
내가 한 줌의 흙이 되어서도

이 드넓은 우주에서
나 영원히 머물고 싶은 곳은

오직 하나
당신의 마음속뿐.

당신의 마음 한 모퉁이에
나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면

나 그것만으로도
황홀한 은총을 누리는 것을,

그것 말고 달리
내가 꿈꾸는 천국은 없습니다
(정연복·시인, 1957-)
+ 내가 원하는 것은

자신을 재로 태워버릴 불에게 나무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전할 새가 없는 것처럼
나는 그렇게 널 사랑하고 싶다
자신을 물방울로 사라져 버리게 하는 비에게 구름이
사랑한다는 표현 한 번 할 새가 없는 것처럼
나는 그렇게 널 사랑하고 싶다
(사파르디 조코 다모노·인도네시아 시인)
+ 활짝 편 손으로 사랑을

활짝 편 손에 담긴 사랑
그것밖에 없습니다

보석 장식도 없고, 숨기지도 않고,
상처 주지 않는 사랑

누군가 모자 가득
앵초풀꽃을 담아 당신에게
불쑥 내밀듯이,
아니면 치마 가득 사과를 담아 주듯이

나는 당신에게 그런 사랑을 드립니다
아이처럼 외치면서

˝내가 무얼 갖고 있나 좀 보세요!
이게 다 당신 거예요!˝
(에드너 빈센트 밀레이·미국 여류시인, 1892-1950)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J. 갈로의 ´사랑의 기도´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