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9일 화요일

노천명의 ´별을 쳐다보며´ 외


<별 시 모음> 노천명의 ´별을 쳐다보며´ 외

+ 별을 쳐다보며

나무가 항시 하늘로 향하듯이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다

친구보다
좀더 높은 자리에 있어 본댓자
명예가 남보다 뛰어나 본댓자
또 미운 놈을 혼내 주어 본다는 일
그까짓 것이 다아 무엇입니까

술 한 잔만도 못한
대수롭잖은 일들입니다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다
(노천명·시인, 1912-1957)
+ 별 한 점

하늘에
별 한 점
흐린 하늘을 열고
어렵사리 나와
눈 맞추는 별 한 점

어디 사는 누구일까
나를 생각하는 그의 마음과
그의 기도가 모여
별이 되었다

나의 마음과
나의 기도와 만나 더욱
빛나는 별이 되었다

밤하늘에
눈물 머금은
별 한 점
(나태주·시인, 1945-)
+ 별 하나

흐린 차창 밖으로 별 하나가 따라 온다
참 오래 되었다 저 별이 내 주위를 맴돈 지
돌아보면 문득 저 별이 있다
내가 별을 떠날 때가 있어도
별은 나를 떠나지 않는다
나도 누군가에게 저 별처럼 있고 싶다
상처받고 돌아오는 밤길
돌아보면 문득 거기 있는 별 하나
괜찮다고 나는 네 편이라고
이마를 씻어주는 별 하나
이만치의 거리에서 손 흔들어주는
따뜻한 눈빛으로 있고 싶다
(도종환·시인, 1955-)
+ 별은 너에게로

어두운 길을 걷다가
빛나는 별 하나 없다고
절망하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구름 때문이 아니다
불운 때문이 아니다

지금까지 네가 본 별들은
수억 광년 전에 출발한 빛

길 없는 어둠을 걷다가
별의 지도마저 없다고
주저앉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지금
간절하게 길을 찾는 너에게로
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으니
(박노해·시인, 1958-)
+ 별똥별

밤하늘에 긴 금이 갔다
너 때문이다
밤새도록 꿈꾸는
너 때문이다
(강은교·시인, 1945-)
+ 별

저 등 하나 켜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한 생애가
알탕갈탕 눈물겹다

무엇보다, 그리웁고 아름다운 그 무엇보다
사람의 집에 뜨는 그 별이 가장 고와서
어스름녘 산 아래 돋는 별 보아라

말하자면 하늘의 별은
사람들이 켜든 지상의 별에 대한
한 응답인 것이다
(복효근·시인, 1962-)
+ 밤하늘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별들이 하나씩 있지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의 마음속에 있는 그 별을
빛나게 해주는 일이야
밤하늘에 저렇게 별들이 빛나는 것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별들이
빛나기 때문이지
(정호승·시인, 1950-)
+ 별로 떠 있는 사람들

눈을 뜨고 바라보면
내가 사랑하는 이들은 이 밤에
모두 별로 떠 있다.
내가 사랑하는 그리운 시인들은
더욱 높이 별로 떠서
나를 비춘다.
역사를 말하고 조용조용 사랑을 읊조리고
혹은 기도 속에 영혼의 노래 부르며
잎새나
나뭇가지나 하늘 복판에
꽃보다 더 맑은 눈동자로 떠 있다.
가난한 누님
외로운 동생
지금은 멀어져간 이웃이나 동무들도
가까이
슬프도록 아름다운 별로 떠서
이 밤을 빛낸다.
(이성선·시인, 1941-2001)
+ 별 하나

개가 짖고
추수 끝난 들판에서
밤바람은 말을 달립니다.
달이 밝습니다.
나는 뜨락에 서서 달빛에 젖습니다.
초롱초롱한 별 하나가
나를 봅니다.
나는 방으로 들어옵니다.
들어와서 다시 생각하니
그 별이 그대인 것을 알았습니다.
황급히 나가 하늘을 보니
이미 그 별은 사라지고
보이질 않습니다.
(이동순·시인, 1950-)
+ 마음속의 별자리

간밤에 비가 내려 세상이 다 투명합니다.
빗방울이 씻어놓은 투명한 세계를
심호흡하며 받아들입니다.
내 몸은 빛나고
별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먼길을 건너온 투명한 별빛이
햇빛에 가려 보이질 않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별들은 수풀 위에서
반짝거리거나 총총거리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사람들은 곳곳에서
누군가를 떠올리며 위로 받고 있습니다.
동물과 식물이 하나씩 없어지고
우리가 알고 있던 곤충의 이름들이
새로 펴낸 도감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해도
머리 위를 비추는
별들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햇빛이 사라지는 깜깜한 밤이 와도
별빛은 수풀 위를 비추고 있습니다.
(김재진·시인, 1955-)
+ 별

하늘을 올려다보기 전에는
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대의 좋은 점을 찾기 전에는
그대의 단점만 보였습니다

세상 보이는 것이
마음먹기 달려 있었습니다

그대의 착한 점만 보일 때까지
당신의 별지기가 되겠습니다
(홍수희·시인)
+ 바다에 뜨는 별

부서져야 하리.
더 많이 부서져야 하리.
이생의 욕심이 하얗게 부서져 소금이 될 때까지.

무너져야 하리.
더 많이 무너져야 하리.
이기적 자아가 푸르런 상처로 질펀히 눕기까지.

깨어져야 하리.
더 많이 깨어져야 하리.
교만한 마음이 산산이 부서져 흰 파도 될 때까지.

씻겨야 하리.
더 많이 씻기고 또 씻겨
때가 낀 영혼이 말끔히 씻기어
하늘에 그 얼굴 비추기까지.

나는 바다 되어서
이 땅의 모든 것 미련 없이 다 버리고
하늘의 평화를 얻으리라.

슬픔도 괴로움도 씻기고 부서져서
맑고 깊은 바다 되어서
모든 부패를 삭히어주는

맑고 깊은 바다 되어서
그 영혼의 바다에
사랑의 별 하나 뜨게 하리.
(김소엽·시인, 1944-)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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