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린 봄은
따스한 날
엄마 품에서
슬그머니 빠져 나와
양지쪽 들녘에 나왔습니다.
음지에 잔설이
겨울을 뒤집어 쓰고 누어있는데,
양지쪽 땅 속엔
세상이 궁금한 여린 봄이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고개를 삐죽이 내밀었습니다.
한동안 해살을 쪼이며
이대로 머물고 싶었지만
시샘하는 겨울은
어찌나 억세고 드센지
여린 봄의 몸을
또 다시 차갑게 흔들고
얼굴을 세차게 때리며
못살게 합니다.
그냥 내어 주기 싫은 겨울은
한동안 심술을 부릴 기세입니다.
여린 봄은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가
젖을 더 먹고 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