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일 금요일

길을 잃다

꽃 쓰다듬고 잎 안아주며
늘상 오가던 길이었는데
오늘은 이름 모를 혹성이다
문을 다 열어놓고
밖을 향하여 그토록 힘들게
한 소리 내질렀더니
안개 끼고 황사 불어온다
네가 서 있는 별이 안 보인다
길이 사라지고 없다
걸어온 흔적들이
분화구로 깊게 패여 있다
그속에 서 있는 내가
문득 개미지옥 아닌가 했다
죄의 유황불에 타올라
허물어질 재가 되기 전에
누가 익숙한 길 같은 손 내밀고
낯익은 마음 같은
밧줄 하나 던져 주리라 믿었는데
돌아선 등이 얼음장이다
발 디딜 때마다 쩍쩍 갈라지는
천 길 벼랑이라고
말 믿지 못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수심이 깊다
나, 해석 하기 어려운
암호 같은 사랑 안 하겠다
그냥 흑백의 정물로 서 있으련다
나, 입과 눈을 봉하겠다
길을 잃고 지나가다가
그냥 골수에 깊이 사무칠만한
이별 하나 얻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