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꽃은 벌써
옷 입고 문 닫고 떠나갔으며
어떤 꽃은 이제
막 뜨거운 몸 열기 시작하고
어떤 잎은 이미 손 놓고
지하 바닥에 떨어졌으며
어떤 잎은 아직 인연 깊어
하늘 천정에 매달려 있고
어떤 요절한 삶은
상여 타고 강 건너 갔으며
어떤 환생한 삶은
탯줄 끊고 물 밖으로 나오고
나고 자란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자 하나
꽃밭을 짓밟는 것은
얼음의 겨울이고
나뭇가지를 흔드는 것은
북北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이고
목숨을 거둬가는 것은
광속으로 달려오는 세월이다
오늘 내가 본
낙엽과 텅 빈 흙과 둥근 무덤은
어제도 내가 보았고
내일도 내가 목격할 것이라
나무에서 잎 떨어진다고
흙밭에서 꽃 진다고
소문도 내지 않고
생이 끝난다고
무슨 일일까
궁금하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