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에서 6호선을 타고
버티고개 역을 지나가다가
결말이라는
말이 문득 생각이 났다
입술 한두 번 빼앗는 위기를 거쳐
절정에 올라 섰으니
나는 지금
생의 짧은 연극 한 편을
마무리 하러 가는 중이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우루루 몰려드는 승객에
반대편 문으로 떠밀려
끝도 없는 지하로 추락하다가
이름도 낯선 역
미로 같은 회랑을 걷는다
너를 사랑한다고
혈서로 출사표를 던졌으니
여기가 버티고개 역이다
누가 이길 것인지
결말이 가까워지면 나와 있을텐데
나의 마지막 부분은
여전히 안개 속 오리무중이다
이 고개 지나면
다시는 고개 숙이지 않으리라
내가 걷는 길이
내려올 수 없는 높고 험한 길이라
그러므로 그대여
나를 버티느라 얼마나 애썼느냐
이쯤에서 그냥
손목 놓아주는 줄 이제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