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3일 금요일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구멍이 난 빨간 심장 속으로
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어지러이 나풀거리는 기억들 속에서
잊고 있던 시린 기억 하나가
커다란 또아리를 틀며 되살아난다

아름답기에 서러운 추억과
눈물 나도록 눈부신 기억들까지
금방이라도 그리움을 토해낼 것처럼
소복이 가슴 속으로 쌓이고 있다

눈이 내린다
보고 싶다 말하면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아
우두커니 서 있는 두 발 위로 눈이 쌓이고 있다

그리고는 이내
무릎과 허리 가슴을 지나
그리움에 꺼이꺼이 오열을 토해내는 입술과
한 사람만 바라보는 눈과 머리까지 덮어 버린다

그렇게 내 마음 속에는
하얗게 눈이 쌓이고 있다
온통 그대 생각에 하얗게 변해버린
슬픈 계절이 되어 버렸다.

ㅡ 눈이 내린다 / 풍향 서태우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