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9일 일요일

기다림이 불러낸 가을

가을산을 찾아
이 고장 저 고장 헤메는 길에
그대는 없고
가늘 들녘을 걸어
혼자 돌아오는 길에서나
그대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을 하늘 전체를 뒤덮을 것 같던
꿈의 넝쿨을 잘라낸 그 곳 기슭에
새벽 창가에 기댄 그대의 눈동자가
나팔꽃 푸른 꽃망울처럼 웃고 있었습니다

다시 내 몸 속 찾아 흘러드는 푸른 강줄기,
꿈틀거리는 생명감 하나 잃지않기 위하여
나는 텅 빈 숲 속 빈터에서
바윗덩이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오래도록 눈 멀고 귀 멀어
기다리다가 만난 그대이었기에
그대는 늘 혼자 있는 내 곁으로
다시 돌아올 준비가 되어 있던 것일까요

어렴풋이 떠도는 햇노란 빛가루에
부드럽게 일어서는 산들바람에
기다림의 넋이 불러낸 그대 ,
그리움의 잠에서 깨어난 그대 ,

내가 다시 가슴 풀어헤치고 앉아있습니다
벗은 듯이 입은 몸을 뚫고
흘러드는 가을날 오후의 햇살이
내가 찾아 헤메이던 그대이기나 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