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일 월요일

거미집

잠깐 문 열어놓았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왕거미 한 마리가 집을 짓는다
빈틈없이 촘촘한 그물을 쳐놓았다
입구도 없이 출구가 막혔다
바람밖에 빠져나갈 수 없어
풍장처럼 썩기를 기다린다
백골조차 흔적없이 사라지면
낡은 저 집을 버릴 것이니
닫아놓은 문을 열고
별 바깥으로
걸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세찬 나의 바람에
거미집이 구름다리처럼 출렁인다
지붕이 뜯겨나가고
담벼락이 무너져내린다
집을 잃어버린 거미가
바람의 내몸에 새집을 짓겠다고
새벽부터 망치와 톱을 들어
줄 하나로 매달려서
나무를 대고 못을 박는다
날카로운 쇠끝에 닿았는지
눈앞의 정신이 캄캄하다
거미줄에 묶여
골수 같은 내 사상이 다 빠져나가
한 줌 흩어질 재가 되기 전에
거미 같은 나의 문 닫아야겠다
바람이 선선하게도 잘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