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에
빨간 내복 같은
햇살 한 자락이 따습다
엊그제 처마에 매달린
번뇌의 고드름이 녹아내리고
옥탑 위
십자가에 불이 켜지더니
오늘 하루가
기도문처럼 가슴을 파고든다
저 밑의 영하로 내려갔던
하늘이 몸을 풀고 있는지
우산도 없이 걸어가는
발길이
참회의 안개비로 흠뻑 젖는다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손바닥에 받아보니
불에 덴듯 뜨겁다
내복 하나 입었더니
세상 다 용서할 수 있겠다
눈속에서 얼었던 심장이
동백꽃으로 붉게 물들고
장작을 때고 있는지
핏줄의 움직임이 야단스럽다
마음의 내복 같은 것들
가슴 맞닿은 포옹같은 것들
먼 산자락 어디에서
불이 났는지
물 쏟아붓더니
아랫도리가 축축하게 다 젖었다
오늘 하루가 빨간 내복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