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고 쪼갠 사랑은 무엇을 남기는가
쪼개고 쪼갠 바위는 모래 되고
모래는 흙으로 흙은 먼지로
다시 가루가루된 먼지는
허공을 남긴다는데
쪼개고 또 쪼개고 남는 사랑은
무엇을 남기는가
당신이 떠난 후 들어찬 허허자리는
며칠도 못 참아 그리움으로 움피어나고
조각조각 찢겨난 흔적들은
물결짓는 마음에 당신을 아롱이고 있다
그 모습 그대로이던 때가 언제던가, 어느덧
뜨거운 입김에 허물어지는 형체처럼
밝고 어둠이 섞이며, 당신은
또 다른 당신의 그림자에 연(連)줄을 잇대고 있다
겨우 입술을 포갰던 우리 사이가
헛물만 들이키고 목 시려 하는 사랑처럼
살과 살을 포개며 바람무늬를 만들어 내고
사랑열매들은 줄멍줄멍 파도치고 있다
당신과 헤어진지 겨우 엊그제 같은데
하룻밤에 쌓은 만리성 되다 보니
애절임은 그리 새끼치고 또 새끼치고
새알심처럼 한 눈에 들어오던 당신은
벌써 곰텡이처럼 축 처진 가슴으로
저녁노을을 마주하여 눈물 글썽이고 있다
이제 당신에 대한 기억은
가루가루 먼지되어 너훌에라
마릴린 몬로, 마돈나로 몸포를 바꾼 당신은
오-ㅁ 송(頌)을 부르며 사랑앓고 있다
오- ㅁ 송(頌)마저 그치면
사랑은 갈갈이 쪼개진 그리움을 붙잡아 끌며
겨울 바다 모래밭처럼 펼쳐진 심상(心想)에
빈 발자국만 남기고 떠날 것이다
허허한 가슴에는 바람만 힘없이 서성거리며
밀려드는 파도에 허무를 채울 것이다
우주야 무너지더라도 다시 기(氣)를 모으면
아기우주가 태어난다는데
허무로 채워진 사랑은
무엇으로 태어나는가
텅 비고 텅 빈 가슴만 출렁이며
그저 흘러갈 것이다
그저 흘러갈 것이다
그저 흘러흘러 갈 것이다
(후기)
- 새알심
팥죽에 찹쌀 가루 혹은 수수 가루 따위로 새알같이 둥글둥글하게 만들어 넣은 덩이
올해도 동지 절식은/ 눈물 메워 받는 외상(床)/
새알심도 보태어져/ 주름살도 하나 더 는다
(유안진, ′동짓달 팥죽′)
- 오-ㅁ
나는 사랑할 때 나는 들뜬 소리가 이 ′오-ㅁ′ 소리라 본다
′옴′(aum)이란 범어(梵語)에서 나오는 말로 만상(萬象)이 체현하는 우주에너지 소리이다
신화학의 대가인 캠벨(Joseph Campbell)의 설명에 따르면 먼저 목구멍으로 ′아!′ 소리를 내고, ′오′라는 소리를 입안에 가득 채웠다가, ′음′하면서 입을 다물어버리며 내는 소리인데, 이 소리를 제대로 내면 모든 모음이 이 소리의 발음 안으로 들어온다고 주장한다
′옴′은 소리가 나는 것, 곧 우주와의 만남을 가능케 하는 상징적 소리이다
그리고 번역이 필요하지 아니한 우주 공통의 언어이다
우주는 ′옴′ 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