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9일 목요일

능파凌波를 찾아서

장마 끝나 풀 우거진 세상의
구절양장 고개 넘어가니
냉천리 가는 샛길 보이고
생의 끄트머리쯤 능파凌波가 있다
그곳에 가슴 닿는 순간
모든 경계에 금이 가고
심장에 깨진 유리가 박힐 것이다
한기로 털이 곤두 선다
무뎌진 살이 부들부들 떨린다
사바와의 작별을 두려워 하듯
살짝 스쳐가는 바람에
지진이라도 난듯 몸이 흔들린다
발 아래 억겁의 물 흘러가고
허공에 불이문이 열려 있다
이름 모를 새와 꽃들이
잠적해 버리기 무척 좋은 곳이라
싣고온 무거운 육신을 부린다
한참 썩은 내몸에서
씨앗 떨어졌으니 꽃 필 터이다
알을 낳았으니
날개 펼치고 새가 날아갈 터이다
미인의 발걸음처럼
무지개 다리를 사뿐히 걸어가다가
능파라는 곳이 있거든
그곳에 백 년 혹은 천 년
좌탈坐脫의 돌탑처럼 앉아 있어
물결 능히 깨뜨리며 찾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