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오신 날
우리 아버지 여든 살 먹어서
생일 잔치 한 상
맛있게 차려 놓았다
봄에 내리는 비처럼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당신은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묻는다
당신의 아버지께서
아들을 나으신 날이라고
우리를 밖으로 내보내려고
아버지 오신 날이라고 하지만
어느새 가늘게 귀 먹었다
어느새 캄캄하게 눈 멀었다
바람도 없는데
아버지의 목이
풍風으로 여전히 흔들린다
당신이 세운 집이 낡았으니
살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 것일까
당신이 세운 나라가 병들었으니
뼈가 부서져 가기 시작하는 것일까
무덤에 안장한 지 사흘만에
예수 부활하였으니
여든의 우리 아버지
당신 어제 죽었다 하고
다시 태어나
튼튼한 집 한 채 지으시라고
아버지의 이름으로
다시 나라 하나 세우시라고
생일 떡 위에
촛불 하나만 켜놓는다
저 빛 하나가 거룩하다 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