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나흘
아홉 용이 놀았다는
구룡포 바닷가로 걸어가서
열 번째 술래가 되는 것도
그런대로 괜찮겠다
깊은 물 속으로 들어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고
눈을 떠서 뒤돌아 보면
과메기 덕장에
덜 마른 빨래처럼 걸려있겠다
대나무 창살에 찔려
비명도 못 지르고
허공에 주렁주렁 매달린 생 목숨이
예전에 이쪽 저쪽으로
계급을 갈라놓고
까닭없이 저질렀던
처형의 장면 그대로다
나도 물 밖으로 나왔으니
반동분자다
반으로 몸 가르고
찬 바람 해풍에 씻었으니
살갗의 중심을 뚫고 가는
저것이 열반이다
마음의 중심을 뚫고 가는
저것이 입적이다
온 몸이 얼었다 녹았다 하였으니
귀 먹었겠다
눈 버리고 구멍을 내었으니
비리지 않고 담백한
세상 꿰뚫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