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둔 가슴 저 밑까지
이유없이 열熱이 채이던 날
취기처럼 자전거를 끌고 나섰다
비탈길을 그대로 브레이크 없이
달려보던 겁없던 첫 경험은
몇 길 낭떠러지, 아득한 논바닥 아래로
곤두박질치며 정신없이
나를 버리고 있었다
입술을 타고 흐르던 새빨간 선혈에
겁없이 목 축이며 범벅이 된 마음은
상처 난 몸을 이겨보려 애썼고
절름발이처럼 위로 또 위로
둑길 위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기어이 의지의 대척점對蹠點을 돌아,
오기 같은 도전을 승리로 끝맺음하던 날
달음산 능선을 붉게 물들이며
번져오던 노을은
생경한 그날 밤 초경과 더불어
그해 여름날을 불지르고 있었다
두발로 선다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