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일 화요일

어느날 나는 나무꾼이 될 것이다

어느날 나는 나무꾼이 될 것이다
아니 나는 나무꾼이 분질러 놓은
나무가 될 것이다
아니 나는 나무꾼의
시퍼렇게 날 선 도끼가 될 것이다
이제 선녀도 나무도 없는
마른산에 올라가
먼저 내마음을 도끼로 가른다
천둥 번개로 흐려졌다가 맑아졌다가
꽃 피고 지고 좋아졌다가 싫어졌다가
기우뚱 하며 새벽으로 기우는 달
아아, 강에 가면 물이 되고 싶었지
아아, 산에 가면 꽃이 되고 싶었지
가고 싶은 그 길로 한참을 가다가
저 환장할 푸른 하늘을
도끼로 번적 내려친다면
아아, 나는 세상을 번쩍 하고 가르는
한 줄기 빛이 되고 싶었지
오랫동안 산자락으로 덮어 감춰둔
핏자국 무섭게 드러나거나
수백년 묵혀두었던 멍석 속의
저 폐허 같은 저 칠흑의 어둠 같은
저 누더기의 저 만신창이의
어리석고 부끄러운 저 상처투성이의
하늘을 도끼로 내려친다면
허물을 뒤집어쓴 채 악취가 나는
저 햇빛 가진 하늘을 도끼로 내려친다면
그리하여 너는 너 나는 나 하면서
무너져버리는 집에 우리가 서 있다가
이 세상 주인 누구냐
나와 보아라 나와 보아라 하면서
소나기, 이 세상 뒤집어놓으려고
한꺼번에 쏟아진다면
새, 화들짝 놀라며 멀리 날아간다면
나비, 그리운 선녀처럼 하늘하늘 춤춘다면
이 세상, 나무꾼의 도끼를 들어
마구 마구 반쪽으로 가른다면
어느날 나는 나무꾼이 될 것이다
어느날 나는 나무꾼의 도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