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0일 일요일

위로(慰勞)

잎이 난 후에
향기로운 꽃을 만났고
싱그러운 열매를 얻었으니
사랑한 것 만큼이나
그대를 잃어버린 병이 깊어
상심의 이부자리 깔고
방에 누워 지냈다
문밖으로 나올 생각 못하고
집에 갇혀 지냈다
구완의 손길을 기다리는
시간은 점점 멀리 날아가버렸다
헐벗은 몸에
낯익은 모래바람이 불어왔고
자욱하게 이끼만 끼었다
한 모금 목 적셔 줄 우물은
그늘처럼 깊었고
뼈는 쉽게 무너져 내렸다
절명의 순간들 뿐이었다
차라리 목숨 내놓으려고
곡기조차 끊어버렸다
적막강산, 깊은 잠이 들었는데
누군가 흔들어 깨워주니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준
봄의 풀이었다
마음 풀어주는 글 한 줄 전해준
여름의 꽃이었다
눈빛으로 미소로 껴안아주었던
가을의 열매였다
그렇게 위로 받을 것이니
이 병이 씻은 듯이 나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