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0일 일요일

옹기

자궁에서 나와
숭숭 뚫린 숨구멍을 가졌으니
저것이 알이고 물고기다
정사의 열기로
안개 가득한 계곡이다
아침 저녁에 굴뚝으로
연기 피어 오르는
한 채의 굴피집이다
수달의, 하늘다람쥐의
비밀스런 발자국이다
아득한 옛날부터 겨울잠에 빠진
흑갈색 무늬의 파충류다
얼음장 밑에서 들리는 물소리다
새소리 그득하므로
주문의 노래고 기도의 종교다
수묵화와 같은 일주문
잡목에 가려진 월정사 부도밭이다
능선의 양지 바른 자세로 곧추선
자작나무다
물푸레나무, 박달나무의 뿌리다
다 떠나가고 적막한 정거장이다
그 속이 바다 깊고
풍장의 섬이다
방화로 활활 타오르는 들판이다
해치지 않고 밀어내지 않고
저것이 한 술 밥그릇, 국그릇이고
목숨 내어놓는 순교자다
저 속에 백두산 천지의
어머니가 들어 있으니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