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6일 토요일

그 여자

큰맘먹고 화장품 사다 주던 날
숨겨 논 애인이 화장품 아가씨냐며
다신 이런 거 사오지 말라고
시쿤둥 한 얼굴로
내 뜨신 마음 냉장고 속에 넣는 여자

돈 좀 많이 벌어 오라고
바가지 긁다가도
풀죽어 있는 내 모습 안쓰러워
콩나물국 뜨끈하게 끓여 아침상 차리는 여자

둘이 같이 걷다
마주 오는 젊은 여자 곁눈질에
메몰 차게 째려 오는 눈이
도다리 같아서
잘근 잘근 씹어 주고싶은 여자

누이 같아서
엄마 같아서
함부로 쏟아 놓은 말에
깊고 깊은 상처의 웅덩이 깊어도
언제나 두레박엔 거친 것 가라앉힌
맑은 샘물 퍼 올리는 순하디 순한 여자
여자 팔자
뒤웅박 이라는 데
그 여자 지지리 복도 없다.

배필이라는 것이
태어나기 전 이미
하늘의 연으로 짝 지워진 것이라면

전생에 업보가 태산 같았을 여자

그 여자
이번 생 나 만나 하 고단했으니
다음 생은 좋은 인연 만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