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일 토요일

들판에 서서


잦은 비 피해 갈
둥지를 꿈꿀수록

검은 땅 위
판화처럼 박혀가는
남루한 모습, 참 섧다.

눅눅하게 꺼져가는
발 밑의 초라한 일상
몰래 감추고

희미한 기억 되짚어
오랜 세월 꿰어 낸 거친 손
무심한 바람 붙잡은 채

가벼운 걸음조차
떼지 못하고
왜, 서서 울고만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