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9일 월요일

세월이라는 이름의 계절을 따라





계절은 소리없이 찾아와
정갈하게 다듬어 놓은 추억들을
어지러이 흩트려 놓으며 잊으라 합니다

꺼이꺼이
소리 내어 울 수도 없는
오래되어 낡은 이별 하나와

작은 몸짓 하나로도
긴 밤 지새우던 그 설레임마저
모두 잊어야 할 추억이라 합니다

이별로 아파하는 내게
그 아픔을 지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사람의 모든 기억을 지우는 것이라며

계절은 내게 세월이라는 이름으로
푸른 날의 젊음과 오래전 설레임마저
모두 빼앗아 가려 합니다

사랑은 내게
달랑~ 이별 하나 주고서
젊은 날의 꿈과 희망 그리고
눈부신 날의 기억까지 모두 달라 합니다

오늘도 나는
낡은 이별 하나 떠올리며
빨갛게 계절을 따라 홀로 익어갑니다.

ㅡ 세월이라는 이름의 계절을 따라 /풍향 서태우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