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7일 화요일

복음서(福音書)

마당의 꽃이란 꽃은
들판의 풀이란 풀은 모두
기쁜 소식을 주는 복음서란다
달빛도 없이 별빛도 없이
칠흑의 컴컴했던 지난 시절을
문 활짝 열어주며 용서할 줄 모르고
저들과 똑같이
아니 저들보다 더하여
문을 쾅 닫아걸며
눈비로 바람으로 욕설 퍼부었던
나의 죄를 대신하여
그 며칠 동안에
세상을 씻겨 눈 밝게 해주고
꽃은 목 떨어진 것이란다
그토록 오랜 시간을
세상을 닦아 귀 맑게 해주고
풀은 다리 잘린 것이란다
대속代贖하였다는 믿음으로
당신에게 무조건 복종하겠다고
화분으로 창가에 올려놓고
꽃병으로 탁자에 세워놓고
그 안과 그 밖의
生을 구원받고자 하는 것이란다
그 한 소리 전하기 위하여
病든 나를 대신하여 꽃은
십자가 매고 언덕 넘어 간 것이란다
毒한 나를 대신하여 풀은
사지에 못이 박힌 것이란다
그로 인해 오늘도 어디선가
꽃잎 어여쁘고 풀빛 푸르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