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7일 화요일

정운모 시인의 ´새´ 외


<새에 관한 시 모음> 정운모 시인의 ´새´ 외
+ 새

새는
공깃돌.

나무가
하늘 높이
던졌다 받는

예쁜 소리를 내는
공깃돌.
(정운모·아동문학가)

+ 참새 가슴

참새더러
가슴이 작다고
흉을 보지요
그것은 몰라서 하는 소리

참새 가슴이 커 봐요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겠어요

우리가
하늘을 날 수 없는 건
보나마나
욕심으로 커진
가슴 때문일 거예요.
(이성자·아동문학가)

+ 까치집

높다란
미루나무에
까치집 세 채

학교도
우체국도 없는
아주 조그만 마을
(양재홍·아동문학가)

+ 까치집

바람이 찾아와
까치집을 가만가만 흔들어 주고 있다.

― 맛있는 먹이 물고 이제 곧 엄마가 돌아올 게다.

― 아가야 더 자거라, 아가야 그 때까지 조금만 더 자거라.

엄마까치 올 때까지
나뭇가지를 가만가만 흔들어 주고 있다.
(이무열·아동문학가)

+ 산까치에게

염소똥만한 콩알
쥐똥보다 작은 깨알
흙 속에 꼭꼭 숨어 있어도
잘도 찾아내는 산까치야,

배고프면 우리 밭에 앉으렴
대신 어떻게 하면
너처럼 밝은 눈을 가질 수 있는지
좀 가르쳐 주렴.

혼내려는 게 아니야
그냥 물어보는 거야
눈 어두운 할머니께
알려주려고.
(곽재구·시인, 1954-)

+ 그래서 산새들은

내 나무
네 나무
따로따로 자기 나무를 가지지 않아서
어느 나뭇가지에나 앉아서
날개를 쉬고

내 먹이
네 먹이
따로따로 자기 곳간을 가지지 않아서
배고프면
어디에서라도
입을 다신다.

백 마리가 함께 살아도
산자락을 갈라서 담 쌓지 않고
천 마리가 함께 살아도
하늘을 조각내어 나누지 않는
산새의
산과 같은 온전함
하늘 같은 넉넉함

그래서
산새들은 늘 몸이 가볍다.
숲속에서도
하늘에서도
바람처럼
늘 몸이 가볍다.
(이무일·아동문학가)

+ 소쩍새

소쩍새들이 운다.
소쩍소쩍 솥이 작다고
뒷산에서도
앞산에서도
소쩍새들이 울고 있다.

소쩍새가
저렇게 많이 나오는 해는
풍년이 든다고
어머니가 나에게 일러주시는 그 사이에도
소쩍소쩍 솥이 작다고
소쩍새들은 목이 닳도록 울어댄다.

아, 아. 마을은
소쩍새 투성이다.
(장만영·시인, 1914-1975)

+ 아침 식사

아침 일찍 문을 연
과일가게 주인이
상처가 조금 난
복숭아와 사과 몇 개를
가게 앞 가로수 아래 내놨습니다.

-이게 웬 밥이야?

먹이 못 찾아 배곯던 참새도
절룩거리는 비둘기도
야윈 잿빛 직박구리도
어디선가 날아와 앉았습니다.

예쁘지 않아서
사람들이 사가지 않는
상한 과일 몇 알이
오늘의 귀한 양식입니다.

소중한 아침 식탁 앞에
새들이 모두
고개를 숙였습니다.
(오지연·아동문학가, 제주도 출생)

+ 새들의 도시락

사나운 바람을 견디느라
등 굽은
팥배나무 빨간 열매
콩배나무 까만 열매
새들의 도시락이다

춥고 배고픈 새들 먹으라고
나무가 마련한
맛깔스런 도시락

새를 기다리는
빨갛고 까만 도시락을
짧은 햇살이 데우고 있다.
(조영수·아동문학가)

+ 나무와 새

나무가 무슨 말로
새를 불렀길래

새 한 마리가
힘차게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을까?

나무가 새에게
어떻게 해 줬길래

새가 저리 기분이 좋아
날개를 파닥이다가
짹재그르 짹재그르 노래 부를까?
(이상문·아동문학가)

+ 오월의 산길에서

산길을 오르다가
새알을 보면

보드라운 풀과 나뭇잎으로 엮은
내 품안에
고이 넣어두고 싶다.

녹색의 물결 굽이치는
오월의 산길에서는
누구나 날개를 활짝 펴는 법

내가 그 고운 아기들의
엄마가 되고 싶다.
졸랑졸랑 뒤따라오는
산새 소리를 듣고 싶다.
(김문기, 극작가이며 시인, 1962-)

+ 조선의 참새

챠챠
중국 참새는
중국말로 울고

쥬쥬
일본 참새는
일본말로 울고

짹짹
조선의 참새는
조선의 새라서
남에 가나
북에 가나
우리말로 운다.

짹짹
하얀 얼 보듬는
조선의 참새.
(한석윤·아동문학가, 1943-)

+ 깜빡 졸다가

버스를 탔어
아차!
깜빡 졸다가
내릴 곳을 놓쳤어.
누가 알까 부끄러워
태연한 척 내렸지.
얼마나 더 왔나
내려서 두리번거리는데
전깃줄 위 참새랑
눈이 마주쳤어.

참새야,
넌 그런 적 없니?

깜빡 졸다가
발을 헛디뎌
밑으로 떨어질 뻔한 적

너도 나처럼
안 그런 척, 파다닥
난 적 없었니?
(최윤정·아동문학가)

+ 참새와 허수아비

안녕!
허수아비 아저씨
짹짹짹

어서 오렴
농약 때문에 못 오는 줄 알고
섭섭해했다.

안심하고
콕 콕 쪼아 많이 먹으렴
무공해 알곡만 있다.

이제
배를 채웠으니
기쁘게 해 드릴게요.

아슬아슬
외줄타기 하는 아가참새
짹짹짹 짹짹
풍년가를 완창하는 엄마참새
딸랑 딸랑
빈 깡통으로 추임새를 넣는 아빠참새

한마당 신나는 굿판에
허수아비 아저씨도
허허허 웃으며
들썩들썩
어깨춤을 춥니다.
(박영식·시인, 1952-)

+ 참새의 어머니

어린애가
새끼 참새를
붙잡았다.

그 아이의
어머니
웃고 있었다.

참새의
어머니
그걸 보고 있었다.

지붕에서
울음소리 참으며
그걸 보고 있었다.
(가네코 미스즈·27살에 요절한 일본의 여류 동요시인 )

+ 우포늪에서 1 - 날지 못하는 새

큰기러기가 날아갑니다.
쇠기러기가 날아갑니다.
황새가 날아갑니다.
청둥오리가 날아갑니다.

노랑부리저어새가 날아갑니다.

우포늪, 여기서는
사람만 날지 못하고
우두커니 땅에 서서
날아가는 새를 쳐다봅니다.

˝바보들, 날지도 못하면서.....˝

새가 사람에게
똥을 찍찍 싸대며 날아갑니다.
(오인태·시인, 1962-)

+ 가난한 새의 기도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말과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 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주십시오

오직 사랑 하나로
눈물 속에도 기쁨이 넘쳐날
서원의 삶에
햇살로 넘쳐오는 축복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가난이기에
모든 것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내 삶의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의 평화여

날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내게
더 이상
무게가 주는 슬픔은 없습니다
(이해인·수녀, 1945-)

+ 독수리

품안에 애지중지
새끼를 품었다가도

이윽고 때가 되면
아득한 절벽 꼭대기에서

저 드넓은 창공으로
훨훨 새끼를 떠나보내며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 속에

근심스런 눈물 한 방울
감추었을 너.

새끼를 철석(鐵石)같이 믿는
멋진 그대

오!
자유의 스승이여
(정연복,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