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9일 목요일

별에서의 약속

이전의 생에서
하늘에는 샛별, 땅에는
가시 많은 꽃으로 약속하였으니
나뭇가지마다 새 날아와 앉았다
물 흘러간 자욱이
사막처럼 깊게 패였다
별에서 별로 부딪혀 맺은
약속으로 당신이 있는 곳에서는
엊그제도 폭설이 쏟아졌고
내가 있는 곳에서는
오늘도 장마가 지고
눈이나 비로 잠시 만나보았겠다
당신의 검은 눈동자와
붉은 입술이 나의 별에서 반짝인다
얼마나 가까운지
팔 뻗으면 손이 다 타버리겠다
당신이 폭발하고
나 또한 폭발하여
다른 별에서 만나자고
약속하였으니 꿈속 같은 밤이다
새벽이 올 때까지
눈 바라보고 입 맞닿으니
꽃 지고 별 사라졌다
새들 모두 문 닫아걸고
강물은 얼어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내일도 모레도 우리의
별들이 여전히 반짝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