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3일 금요일

나태주의 ´오늘 하루´ 외


<오늘을 위한 기도 모음> 나태주의 ´오늘 하루´ 외

+ 오늘 하루

오늘 하루
주신 목숨
감사히 살았나이다

내일도 하루
주실 목숨
감사히 살게 해주소서.
(나태주·시인, 1945-)
+ 하루를 지내는 동안

하루를 지내는 동안
슬픔의 무게보다
기쁨의 무게 더 무거워지게 하소서

미움의 부피보다
사랑의 부피 더 두터워지게 하소서

불평의 길이보다
자족함의 길이 더 길어지게 하시고

불화의 면적보다
화평의 면적 더 넓어지게 하소서

베풂의 두께
해를 거듭할 때마다
두꺼워지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굵어지게 하시고

포용력의 깊이 심해처럼 깊어지게 하소서

은유함이 강물처럼 넘실넘실 넘쳐나게 하소서.
(차정미·시인, 1957-)
+ 오늘 드리는 기도

축복하여 주소서.

나와 함께하는 모든 이들이
오늘은 소망을 이루는 날이 되게 하소서

하늘의 은총이 소복이 내려
바라고 원하든 모든 일들이 이루어져서
오늘이 우리에게는 축복의 날이 되게 하소서.

사랑하게 하소서.

항상 기억하는 모든 이들과
오늘은 사랑이 꽃피는 날이 되게 하소서

하늘의 기쁨이 가슴에 내려
미움은 떠나고 아끼는 마음 서로 나누며
오늘이 우리에게는 정이 있는
그런 날이 되게 하소서

서로 믿게 하소서.

지금 곁에 있는 모든 이들과
오늘은 믿음이 샘솟는 날이 되게 하소서

하늘 은혜로 마음을 열고
서로를 믿으며 마음의 장벽 같이 허물고
오늘이 우리에게는 감사의 날이 되게 하소서
(오광수·시인, 1953-)
+ 하루를 주님께 바치며

새벽이
밝아오는 이 시간
주님께 찬미를 드립니다.

새로이
하루를 시작하는
오늘
제가 선한 일을
하게 해주십시오.

이 순간
주님께 벌린
제 손을
내어 맡깁니다.

저는 악을
행하고 싶지 않으며
악이 가까이 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겠나이다.

오늘 하루를
주님께 바치며
진정한 마음으로
주님 곁에 서 있고자 합니다.

다만
저의 나약함이
두려울 뿐이오니

오늘 하루
제 발걸음을
이끌어 주십시오
(니즈안즈의 성 그레고리오, 329-389)
+ 오늘 하루

주님, 오늘 하루를 바치옵니다.
선하지도 않았고
사랑에 넘치지도 않았고
관대하지도 않았던 오늘 하루였지만
당신 발아래 바치옵니다.
당신은 가시나무에서도 꽃을 피우시는 분이시며
아무도 모르는 것을
예수님,
당신은 낱낱이 아시나이다.
제가 바라오는 것은 당신뿐,
제 의지를 영원히 당신께 바치오니
제 안에 있는 불안스런 작은 세계도
예수님, 내 하느님
모두 당신의 것이옵니다.
주님, 오직 당신께만 의탁하나이다.
(힐데 가르다 카비차, 20세기)
+ 오늘을 위한 기도

기도로 마음을 여는 이들에게
신록의 숲이 되어 오시는 주님
제가 살아있음으로 살아있는
또 한번의 새날을 맞아
오늘은 어떤 기도를 바쳐야할까요?

제 작은 머리 속에 들어찬
수천 갈래의 생각들도
저의 작은 가슴속에
풀잎처럼 돋아나는 느낌들도
오늘은 더욱 새롭고
제가 서 있는 이 자리도
함께 살아가는 이들도
오늘은 더욱
가깝게 살아옵니다

지금껏 제가 만나 왔던 사람들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을 통해
만남의 소중함을 알고
삶의 지혜를 깨우쳐 주심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오늘 하루의 길 위에서
제가 더러는 오해를 받고
가장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쓸쓸함에
눈물 흘리게 되더라도
흔들림 없는 발걸음으로 길을 가는
인내로운 여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제게 맡겨진 시간의 옷감들을
자투리까지 아껴 쓰는
알뜰한 재단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을
잘 분별할 수 있는 슬기를 주시고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밖에는 없는 것처럼 투신하는
아름다운 열정이 제 안에 항상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제가 다른 이에 대한 말을 할 때는
˝사랑의 거울˝ 앞에 저를 다시
비추어 보게 하시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남과 비교하느라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오늘을 묶어 두지 않게 하소서

몹시 바쁜 때일수록
잠깐이라도 비켜서서
하늘을 보게 하시고
고독의 층계를 높이 올라
내면이 더욱 자유롭고 풍요로운
흰 옷의 구도자가 되게 하소서

제가 남으로부터 받은 은혜는
극히 조그만 것이라도 다 기억하되
제가 남에게 베푼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큰 것이라도 잊어버릴 수 있는
아름다운 건망증을 허락하소서

오늘 하루의 숲 속에서
제가 원치 않아도
어느새 돋아나는 우울의 이끼
욕심의 곰팡이, 교만의 넝쿨들이
참으로 두렵습니다

그러하오나, 주님
이러한 제 자신에 대해서도
너무 쉽게 절망하지 말고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어 가는
꿋꿋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게 하소서

어제의 열매이며
내일의 씨앗인 오늘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 때는
어느 날 닥칠 저의 죽음을
미리 연습해 보는 겸허함으로
조용히 눈을 감게 하소서

˝모든 것에 감사했습니다˝
˝모든 것을 사랑했습니다˝
나직이 외우는 저의 기도가
하얀 치자꽃 향기로
오늘의 저의 잠을 덮게 하소서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토마스 모어의 ´자신을 위한 기도´ 외 "> 나태주의 ´게으름 연습´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