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일 토요일

풍금소리 울리던 날

우리 선생님은 곰보선생님
분 바르나 안 바르나 곰보선생님
풍금 켜며 송아지 송아지 가르키며
선생님 닮은 나도 곰보 만들던 선생님

갑자기 불은 물에 끊긴 길
창말 개울 징검다리 건너다
떠내려가 죽을 뻔한 다음날
머릴 보듬고 우셨다

그 날 송아지 노랠 부를 때
난 곰보 되어도 좋다 생각했지

미끄럼틀에 다친 다리
뚱뚱 부어 학교 못 가던 날
엄마는 염주나무 잎 짓이겨
다리에 칭칭 감싸 나아
학교 가니 반가워라 웃음지며
풍금을 켜며 노래 부르시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곰보선생님

엄마같은 선생님
풍금소리 울리는 학교에서
시집 가시던 날 난 엉엉 울었다